한국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공간 Go →

Talk

우리가 모르는 모래 이야기

0
1
우리가 모르는 모래 이야기

2015년 6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한 주택에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탐사기자 자겐드라 싱의 몸에 기름을 붓고 산 채로 불을 붙였다. 기자는 전신 50%의 화상을 입고 끔찍한 고통 속에 숨졌다. 46세였다.

같은 달,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는 또 다른 프리랜서 기자가 납치되어 목이 졸린 뒤 기차역 선로 옆에서 불태워졌다. 부검에 의하면 그는 불붙기 전까지 살아 있었다.

2022년 하리아나주에서는 은퇴를 불과 3개월 앞둔 고위 경찰 간부가 신고를 받고 단속을 위해 출동했다. 그는 덤프트럭을 가로막고 섰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경찰 간부는 즉사했다.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것은 모래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래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희소 자원이다.

사막이 지구를 뒤덮고 있는데 무슨 얘기냐고? 지구 면적의 3분의 1이 사막이지만 이는 건설용으로는 무용지물이다. 물의 흐름에 깎인 강모래나 바닷모래만이 시멘트에 단단하게 결합한다. 이 때문에 두바이조차 부르즈 할리파를 지을 때 바다 건너 호주에서 비싼 돈을 주고 모래를 수입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밟고 걷는 도로(콘크리트의 75%가 모래), 건물의 유리창, 심지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구동하는 실리콘 칩(반도체)의 원료까지 전부 모래다. 유리전구, 도자기 세면대, 수질 정화 시설, 속옷의 고무줄도 모래로 만들어진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인류는 매년 약 500억 톤의 모래와 자갈을 파낸다. 이는 지구 적도를 따라 높이 27m, 폭 27m의 장벽을 매년 쌓을 수 있는 양이다.

당연히 모래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인류의 사용량이 훨씬 빠르다. 이 때문에 모래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인도에서는 '모래 마피아'가 생겨났다.

인도의 모래 마피아는 공유지나 사유지 등의 모래밭을 강제 점유한 후 불법 채취한다. 뇌물 때문에 개인이나 마을의 청원은 먹혀들지 않는다. 이를 추적하는 개인이나 경찰은 잔인하게 살해당하기까지 한다.

2014년 이후 인도의 모래 채굴 노동자들이 최소 70명을 살해되었는데 여기에는 경찰관 7명과 정부 관리 및 내부 고발자 6명 이상이 포함된다. 언론인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도 부상을 입었다.

마피아만이 아니다. 국가가 합법적으로 모래를 채굴하기도 한다.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바다 매립 사업을 통해 영토를 무려 25% 이상 넓혔다.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달한다.

이 인공 영토를 채울 모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주변국에서 사온 것이다. 모래 채취선들이 해저 바닥을 긁어낸 바람에 인도네시아 리아우 제도 주변을 비롯해 20여 개의 산호초 섬이 말 그대로 지도에서 지워져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일부 국경선 근처의 섬(니파 섬 등)은 수몰 위기에 처해 인도네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 기점 자체가 뒤로 밀려날 뻔한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자국의 생태계 붕괴와 국토 훼손에 놀란 인도네시아(2007년)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이 연달아 모래 수출 전면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합법적인 공급망이 끊기자 밀수와 부패의 카르텔이 부상했다.

그 결과는 통계로 드러난다. 유엔 상품무역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싱가포르가 캄보디아로부터 수입했다고 신고한 모래는 7,270만 톤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캄보디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기록한 수출량은 270만 톤에 불과했다. 무려 7,000만 톤이 장부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는 공무원 매수와 서류 위조로 이루어진 모래 마피아들의 불법 밀수다.

모래 밀수선들은 야간에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영해로 들어간다. 밤새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 군락을 긁어낸 후 유유히 국경을 빠져나간다.

훔쳐 온 이웃 나라의 모래는 부패한 브로커들의 손을 거쳐 수출이 허가된 다른 국가의 모래로 원산지가 세탁된다. 합법적인 수입품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2040년대까지 싱가포르에는 투아스 메가포트와 창이 공항 제5터미널 등의 초대형 간척 프로젝트들이 예정되어 있다. 이대로라면 가난한 이웃 국가의 주민들은 내륙으로 이사가거나 집이 바다에 잠길 것이다.

모래 채취가 끝난 수십 년 후에도 해안 침식은 이어진다. 천연 모래벽이 사라지면서 염수가 지하수로 스며들어 농사조차 짓지 못한다. 그러면 농부들은 땅을 팔 수밖에 없다.

T
작성자

Talk Master

답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