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맥주 시장의 지배자, 그 회사가 이번엔 운동화를 샀다>
"비용을 깎는 데는 천재, 브랜드를 키우는 데는 전과 1범" - 3G Capital의 94억달러짜리 스케처스 도박이 시작됐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마시던 무료 맥주를 없앴다. 엘리베이터 한 대를 꺼서 전기료를 아꼈다. 볼펜도 사비로 사게 했다. 미쳤다고? 이 짓을 한 회사가 세계 최대 맥주 그룹 AB InBev다. 시가총액 한때 2,000억달러. 그리고 이걸 지시한 사모펀드가 3G Capital이다.
3G Capital은 그냥 투자회사가 아니다. 브라질의 억만장자 조르지 파울루 레만이 세운 이 펀드는 지난 20년간 소비재 업계를 문자 그대로 뒤집어 놓았다.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코로나 맥주를 가진 AB InBev. 버거킹, 팀홀튼스, 파파이스를 묶은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하인즈 케첩과 크래프트 치즈를 합친 Kraft Heinz. 전부 3G가 사서 뜯어고친 회사들이다. 워런 버핏이 "내가 본 가장 뛰어난 경영자들"이라고 극찬했고, 실제로 버핏과 함께 수십조 원대 딜을 같이 했다. 월스트리트에서 "3G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뜨면, 그 회사 주가가 하루 만에 20~30% 뛰는 게 일상이었다.
근데 이 전설적인 펀드에 큰 흠집이 하나 있다. Kraft Heinz. 154억달러 손상차손이라는, 식품업계 역대급 참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2025년 94억달러짜리 새 카드를 꺼냈다.
스케처스, 나이키, 아디다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발이다.
1. 3G Capital의 비밀병기, ZBB(제로베이스 예산)
• 3G의 시그니처 전략 이름은 ZBB, 제로베이스 예산이다. 작년에 얼마 썼든 상관없다. 올해 모든 비용을 '제로'에서 시작해, 한 푼 한 푼 다시 정당화해야 한다. "작년에도 이만큼 썼으니까"는 통하지 않는다.
• AB InBev에서 이게 작품이 됐다. 2008년 520억달러를 들여 미국의 안호이저-부시를 집어삼킨 뒤, ZBB를 적용했더니 EBITDA 마진이 40%를 넘었다. 맥주 업계에서 이 수치는 외계인 급이다. 하이네켄, 칼스버그 같은 경쟁사가 20%대에서 허덕이는데, 혼자 40%를 찍었다.
• 버거킹에서도 마찬가지. 2010년 33억달러에 인수한 뒤, 3년 만에 EBITDA가 32% 올랐다. 직영 매장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하고, 비용 구조를 뜯어고치니 현금이 쏟아졌다. 그 현금으로 팀홀튼스를 사고, 파파이스를 사고. 인수하고, 깎고, 다시 인수하는 무한 루프.
• 레만의 경영 철학은 심플하다. "회사 돈을 네 돈처럼 써라." 성과급은 파격적으로 주되, 낭비는 한 푼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걸로 브라질 맥주회사 하나를 세계 최대 주류 제국으로 키웠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한동안은.
2. Kraft Heinz에서 화려하게 깨진 이유
• 2013년, 3G는 버핏과 손잡고 하인즈를 230억달러에 샀다. 2015년에는 크래프트푸즈까지 합쳐 세계 5위 식품회사 Kraft Heinz를 탄생시켰다. 발표 당일 크래프트 주가가 16% 뛰었다. 시장의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거다.
• 역시나 ZBB를 돌렸다. 초반 성적표는 놀라웠다. EBITDA 마진이 30%까지 치솟았는데, 식품업계에서 이건 거의 사기 수준의 숫자다. 글로벌 1위 네슬레도 20%에서 노는데, Kraft Heinz가 30%를 찍었다.
• 비밀은 간단했다. 마케팅비를 잘랐다. R&D를 잘랐다. 신제품 개발이 멈췄다. 소비자들은 유기농, 건강식, 프리미엄으로 이동하는데, Kraft Heinz 선반에는 10년 전 그 제품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다. 마진은 올라가는데 매출은 쪼그라드는, 전형적인 "서서히 죽는 브랜드" 패턴.
• 2019년, 폭탄이 터졌다. Kraft와 Oscar Mayer 브랜드 가치를 154억달러 감액 처리. 식품업계 역사상 최대 손상차손이다. 주가는 68달러에서 32달러로 곤두박질쳤고, SEC 조사까지 들어왔다. 버핏마저 "비싸게 샀다"고 실수를 인정하는 진귀한 장면이 나왔다. CEO는 경질됐고, 3G는 2022년 말 지분 16.1%를 조용히 처분하고 손을 털었다.
3. 스케처스, AB InBev가 될까 Kraft Heinz가 될까
• 2025년 5월 인수 발표, 9월 완료. 주당 63달러, 시장가 대비 30% 프리미엄. 스케처스는 NYSE 상장 폐지 후 비공개 회사로 전환됐다. 창업자 로버트 그린버그 일가가 경영을 계속하는 조건이다.
• 스케처스의 무기는 '편안함' 딱 하나다. 나이키가 에어맥스를 밀고, 아디다스가 부스트를 밀 때, 스케처스는 "일단 신어 보세요"로 30년을 버텼다. 180개국, 5,300개 매장, 포춘 500대 기업. 대단한 건 맞는데, 이 편안함이라는 포지셔닝이 ZBB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핵심 질문이다.
• 갈림길이 보인다. AB InBev의 맥주는 혁신이 거의 필요 없는 제품이었다. 버드와이저 레시피를 바꿀 이유가 없으니, 비용만 깎으면 현금이 쏟아졌다. 반면 Kraft Heinz는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도는 시장에서 신제품 개발 자체를 멈춰버렸고, 그게 치명타가 됐다.
• 신발은 어디쯤일까. 맥주보다는 확실히 트렌드에 민감하다. 근데 가공식품만큼 빠르게 소비자가 이탈하진 않는다. 스케처스가 '편안함'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은 AB InBev 쪽에 가깝고, 결국 신발이라 디자인과 신제품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는 점은 Kraft Heinz 쪽에 가깝다.
3G Capital은 비용을 깎는 데는 최고 수준이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칼질이 지방을 넘어 근육까지 갈 때 생긴다.
스케처스가 3년 뒤에도 여전히 "편한 신발"일 수 있을지, 아니면 "예전엔 편했던 신발"이 될지. 3G Capital이 정말 교훈을 배운 펀드인지 보여주는 시험지가 이미 채점대 위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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