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글로벌 K뷰티 유통 기업 #실리콘투 가 최근 중동의 배달 중심 K푸드 브랜드인 '#88서울'을 인수해 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에 한국 화장품을 도소매로 파는 회사가 갑자기 중동에서 배달 치킨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화장품 회사가 왜 뜬금없이 외식업에 뛰어든 걸까.
2. 사실 실리콘투의 이런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영국에서는 현지 외식업체인 '마구로그룹'에 투자해 합작법인을 세웠다. 마구로그룹은 런던 현지에서 한국식 핫도그 등을 파는 #K푸드 레스토랑 '분식(#Bunsik)'을 운영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리콘투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이 분식 매장 바로 옆에 자사의 K뷰티 편집숍을 열었다. 화장품 유통사가 핫도그와 치킨에 투자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운 계산이 깔려 있다. 이해하기 쉽게 세 가지 이유로 나누어 살펴보자.
3. 첫 번째 이유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물건을 팔려면 일단 사람들을 매장으로 데려와야 한다. 유통업에서는 이를 트래픽(사용자 접속량 또는 방문객 수)을 모은다고 표현한다. 보통은 글로벌 플랫폼에 비싼 광고비를 내고 사람들을 부른다.
4. 그런데 상품의 소비 방식을 한번 비교해 보자. 화장품은 한 번 사면 몇 달은 쓰는 중주기(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주기) 상품이다. 반면 떡볶이나 치킨은 매일 혹은 매주 사 먹을 수 있는 단주기(짧은 기간 내에 빈번하게 소비하는 주기) 상품이다. 런던의 분식 매장에는 K푸드를 즐기려는 현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긴 줄을 선다. 실리콘투는 비싼 온라인 광고비를 쏟아붓는 대신, 이 줄 서는 맛집 옆에 화장품 매장을 차렸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온 김에 자연스럽게 한국 화장품도 구경하고 사가게 만드는 전략이다. 가구 회사인 이케아가 매장 안에 저렴하고 맛있는 미트볼 식당을 운영해서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5. 두 번째 이유는 배송 인프라를 나누어 쓰고 초기 진입 비용을 줄이는 효과다. 런던의 대형 쇼핑몰이나 두바이의 핵심 상권에 새로 매장을 내려면 월세나 보증금 같은 초기 비용이 크게 든다. 그런데 이미 그곳에 자리를 잘 잡은 마구로그룹이나 88서울과 손을 잡으면 훨씬 수월하게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
6.여기에 실리콘투가 전 세계에 깔아둔 화장품 물류망을 결합하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온다. 화장품 배송망과 식품 배송망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고객의 집 앞까지 물건을 전달하는 라스트마일(상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단계)에서는 하나로 합칠 수 있다. 중동에서 88서울의 한국식 치킨을 배달시킬 때 화장품 샘플을 함께 넣어 보내거나, 음식점 창고의 남는 공간을 화장품 배송을 위한 작은 물류창고로 쓰는 식이다.
7. 세 번째는 단일 상품의 한계를 넘어 K라이프스타일 전체를 파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K뷰티가 인기지만, 소비재의 유행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화장품만 팔면 유행이 지날 때 회사의 실적이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뷰티와 K푸드를 묶어두면 화장품 판매가 주춤할 때 외식업이 실적을 받쳐주는 든든한 방어막이 된다. 외국인들이 한국식 스킨케어를 바르고, 한국식 치킨을 먹으며 문화를 소비하게 만드는 생태계를 짜는 것이다.
8. 결국 실리콘투가 88서울을 인수하고 마구로그룹과 손잡은 것은 단순히 음식 장사로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다. 인기 있는 K푸드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 트래픽을 본업인 화장품 매출로 연결하려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쇼핑몰에서 핫도그를 베어 문 현지 소비자가 다른 한 손으로 한국산 수분 크림을 고르는 장면, 이것이 실리콘투가 외식업 투자를 통해 그려내는 진짜 밑그림이다.
#세상에고수는정말많다














답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