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의 투자 이력서를 펼치면, 솔직히 읽는 사람이 더 아프다.
2022년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약 3,000억 원에 인수했다. 코로나 시절 홈술 붐을 타고 고점에서 질렀는데, 코로나가 끝나자 와인 시장은 급속 냉각. 신세계 L&B의 영업이익은 인수 직후부터 곤두박질쳐 2024년엔 52억 원 영업손실까지 기록했다. 결국 영업권 391억 원을 전액 손상 처리.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1. 부츠 (2017~2020)
• 영국 드럭스토어 브랜드와 파트너십 맺고 올리브영에 도전장. 매장 33곳까지 열었지만, 3년 만에 전 매장 폐점. 온라인 부츠몰도 같이 문 닫았다.
2. 삐에로 쇼핑 (2018~2020)
•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고 했지만, 업계 반응은 "카피". 브랜드 철학 없이 겉모양만 베끼면 어떤 결말을 맞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2년 만에 퇴장.
3. PK 마켓 (2016~2021)
• 스타필드에 들어간 프리미엄 수입식품 매장. 1950년대 미국 재래시장 컨셉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마트 전문점 사업 전체가 연간 900억 적자. 5년 버티고 정리.
4. 노브랜드 피자 (2021~2025)
• 고피자의 '8분 피자' 기술 가로채기 의혹, 매장 디자인 표절 논란. 가맹 계약은 1건도 못하고 직영점 4곳만 운영하다 철수. 정보공개서도 취소.
5. 제주 소주 (2016~2021)
• 향토 소주 회사를 190억에 인수한 뒤 총 860억 원 투입. '푸른밤' 소주는 유통망도 인지도도 못 키우고 영업손실만 19억에서 141억까지 불어났다. 5년 만에 백기.
6. 일렉트로맨 영화
•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캐릭터로 한국형 히어로 영화를 만들겠다며 2018년 특수목적회사 설립. 2020년 개봉 예정이라 했지만 성과 없이 2023년 청산.
7. 제이릴라 골프복
• 본인 캐릭터 '제이릴라'로 코오롱과 골프복 사업. 골프 버블 시절 진출했다가 버블이 꺼지니 2023년 이후 활동 중단.
8. 신세계 유니버스
• 온·오프라인 통합 유료 멤버십.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한 시장에서 차별화 실패. 신규 가입 중단, 2025년까지 순차 종료 결정.
9. G마켓 (2021~현재)
• 3조 4천억에 인수한 16년 연속 흑자 기업이, 신세계 품에 안긴 뒤 매출 1/6 토막, 4년간 약 2,000억 누적 손실. 알리바바와 JV를 만들어 심폐소생 중이지만 결과는 미지수.
10. 셰이퍼 빈야드 와이너리
• 위에서 말한 3,000억원짜리 스토리.
여기까지 읽으면 '이 사람 사업 감각이 있긴 한 건가' 싶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2025년 이마트 연결 영업이익 3,225억 원. 전년 대비 584.8% 급증. 할인점 부문은 199억 적자에서 872억 흑자로 전환. 트레이더스는 영업이익 1,293억으로 40% 성장. 스타필드 마켓 일산점은 리뉴얼 후 고객 수 61%, 매출 74% 증가. 포브스 한국 50대 부자 28위에 오르면서 이 숫자가 같이 실렸다.
비결이 뭐냐. 별거 없다. '본업 회귀'다.
통합 매입으로 원가를 줄이고, 그 효과를 가격에 반영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선순환. 매장은 '물건 파는 곳'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뜯어고쳤다. 정용진 회장 본인이 매장을 직접 돌면서 동선과 상품 배치를 챙겼다고 한다. '고래잇 페스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8% 뛴 건 가격 리더십이 실제로 고객 지갑을 열었다는 증거다.
굳이 와인 사업, 영화 사업, 드럭스토어, 캐릭터 골프복까지 안 해도 됐다. 본업인 유통에서 가격과 공간을 제대로 혁신하니 숫자가 나왔다.
사업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정용진의 투자 흑역사 10개는, 그 갈등에서 '하고 싶은 것'에 올인했을 때 벌어지는 일의 카탈로그 같다. 그리고 +584%라는 숫자는, '해야 하는 것'에 집중했을 때 나오는 결과의 증명서다.
물론 G마켓이라는 3조짜리 숙제가 아직 남아 있고, 알리바바와의 JV가 어떤 결과를 낼지 두고 봐야 한다. 2027년 매출 34조, 영업이익 1조라는 청사진도 아직은 프레젠테이션 위의 숫자일 뿐이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재벌 오너든 스타트업 창업자든, 결국 본업에서 답을 찾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새 사업의 유혹은 늘 달콤하지만, 기존 고객이 왜 우리한테 돈을 내는지를 잊으면 안된다.
(출처: 유튜브 '정보의 신' - <3000억을 0원으로 만든 정용진 회장 역대급 투자 실패 10가지>, 이마트 2025년 실적 공시, 인사이트코리아·아시아투데이·포브스코리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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