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만 쫓던 기업들이 결국 다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 하나 사려고 했는데 계산대에는 기계만 있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해 줄 직원이 없으니 담배를 살 수 없습니다. 주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매장 한쪽에서는 물건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람을 뺐지만, 팔 수 있는 상품은 줄고 도난은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시기 프랑스에서는 완전히 반대되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계산을 더 빨리 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천천히 계산하는 계산대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그 줄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편의점, “무인화가 미래”라더니 방향을 바꾸다
몇 년 전만 해도 편의점 업계는 무인화를 미래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고 야간 근무자를 구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람이 부족하니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2026년 7월 기준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무인 및 하이브리드 점포는 3,481개로, 전년보다 428개(10.9%) 감소했습니다.
완전 무인 점포는 전체의 약 2%인 71개에 불과했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사실상 관련 실험을 중단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담배와 주류는 직원이 신분증을 확인해야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품목을 기계만으로는 제대로 팔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도난 증가, 기기 유지비, 장애 대응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비용 절감 효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살아남은 것은 하이브리드 모델이었습니다.
낮에는 직원이 근무하고, 심야 시간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업계는 결국 하나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을 줄이는 것’과 ‘효율을 높이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까르푸는 계산대를 일부러 느리게 만들었다
유통업계는 보통 계산 시간을 1초라도 줄이기 위해 경쟁합니다.
셀프 계산대, 스캔앤고, 무인 결제 시스템까지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합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까르푸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19년 디종의 한 매장에서 ‘블라블라 캐즈(Blabla Caisse)’, 즉 ‘수다 계산대’를 도입했습니다.
이 계산대에서는 직원이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계산을 진행합니다.
원래 목적은 혼자 사는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지만 2022년부터 다시 확대됐고, 이후 전국 200여 개 매장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령층만 이용할 것이라 생각했던 계산대에 40~50대는 물론 젊은 고객들까지 줄을 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옆 셀프 계산대가 비어 있는데도 일부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산대를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계산만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도 온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가치
한국 편의점은 사람을 줄여 비용을 아끼려 했지만 매출의 빈틈이 생겼습니다.
프랑스 까르푸는 일부러 효율을 낮췄는데 고객 만족과 방문 이유가 늘어났습니다.
두 사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출발했지만 같은 결론에 도착합니다.
엑셀에는 담기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것.
고객과의 짧은 대화.
직원이 있다는 신뢰.
신분 확인이 가능한 환경.
도난을 예방하는 존재감.
이런 것들은 숫자로 계산하기 어렵지만 실제 매출과 충성도를 만들어냅니다.
진짜 효율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자동화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문제는 자동화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은 사람이 해야 하는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 편의점이 결국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한 이유도, 프랑스 까르푸가 느린 계산대를 유지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사람이 해야 하는 일에는 사람을 남겨두는 것.
그것이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효율은 사람을 없애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장 필요한 자리에 사람을 남겨두는 데서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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