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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X가 팰컨9을 포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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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X가 팰컨9을 포기하는 이유

지난 10년간 팰컨9은 우주 발사의 표준이자 최상위 포식자였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와 라이드셰어(Rideshare) 프로그램으로 이룬 가격 혁명은 우주산업이 태동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스페이스X가 2028년 이후 발사 예약을 더 이상 받지 않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일회용 부품을 단종할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팰컨9은 기존에 계약한 NASA와 미국 국방부 물량 위주로 운용하고, 상업 서비스는 후계자인 스타십으로 단계적으로 넘겨주는 것이 목표인 듯하다.

언뜻 보기엔 위험한 결정 같다. 팰컨9은 스페이스X의 핵심 수익원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팰컨9과 경쟁할 만한 대체재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왜 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죽이려는 걸까?

기업의 역사에는 성공한 제품에 집착하느라 미래를 놓친 사례가 많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시대를 스스로 열어놓고도 필름 사업을 포기하지 못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혁명을 과소평가했고, 인텔 역시 기존 사업을 지키려다 새로운 변화에 뒤처졌다.

처음부터 팰컨9은 최종 종착지가 아니었다. 2016년 스타십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팰컨9에서 스타십으로의 세대교체는 예견되어 있었다. 팰컨9의 성공은 오늘날 스페이스X를 가능하게 했지만 이제는 그 성공이 미래로 넘어가는 속도를 방해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잠재적 경쟁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전환을 위한 적기일 것이다. 7월 초 중국이 발사체 회수에 성공한 것도 그 결심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을지 모른다.

기업이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팰컨9 사업 축소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일론 머스크와 그의 경쟁자들뿐일 것이다. 고객과 투자자는 물론 스페이스X의 임직원들조차 떨떠름한 입장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단순한 발사 서비스 사업자를 넘어 그 이상으로 나아가려면 언젠가는 스스로의 성공을 파괴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종종 간과되곤 하지만 팰컨9과 스타십은 공장과 인력, 공급망에서 의외로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다. 엔진의 기본 개념부터 다르기 때문에 인프라를 이중으로 운영해야 한다. 스타십의 양산과 운용을 본격화하려면 팰컨9에 투입되던 자원의 일부를 스타십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거대한 스페이스X의 우주 인프라 구상을 위해서도 팰컨9 서비스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미 스페이스X의 최대 고객은 자사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다. 당장 발사 서비스에서 얻는 수익이 짭짤하다고 제한된 발사 능력을 단발성 고객이나 잠재적 경쟁사에 배분하는 것이 오히려 소탐대실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팰컨9 서비스를 축소하더라도 자사 프로젝트를 위한 발사 능력은 꾸준히 유지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급한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스페이스X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점적인 우주 인프라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우주 플랫폼의 표준을 선점한다면 더 많은 발사체 기업과 위성 기업이 등장하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이익이다. 플랫폼 기업의 가치는 경쟁자를 없애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커질수록 함께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가 꿈꾸는 것은 모든 위성을 직접 만들고 직접 발사하는 회사가 아니다. 누가 로켓을 만들고 누가 위성을 제작하든, 결국 우주에서 사업을 하려면 스페이스X의 운송망과 통신망, 물류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궤도 발사 시장에서 팰컨9으로 경쟁자들의 등장을 억누르는 것보다 궤도 간 물류와 심우주 수송, 우주 데이터센터를 선점할 수 있는 스타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결론. 스페이스X의 이번 결정은 당장의 높은 이익률에 현혹돼 소탐대실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애플 역시 아이팟의 희생을 감수하고 아이폰을 내놓았고, 그 선택은 결국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회사에 여전히 배짱과 결기가 남아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솔직히 말해 2028년까지 스페이스X를 대체할 만한 발사체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스타십 전환이 기대만큼 순조롭지 않더라도 그 시점에 팰컨9 생산을 재개한다면 크게 늦지는 않을 것이다.

Note: 스페이스X는 팰컨9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다만 예약을 거절당한 고객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물론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이제 스페이스X도 공식 상장을 마친 만큼 옛날처럼 막무가내로 굴 순 없어 침묵할 뿐 속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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