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의 미국 투어 일정 두 개가 완료되었다. 탬파와 엘파소라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조차도 덜 알려진 소도시에서 벌어진 공연인데, 대성공이었다. 두 소도시가 생긴 이래 최대의 공연 행사가 되었으며,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여러 모로 놀라운 사건들이 있었지만 내가 본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공연 영상에서 환호하며 웃는 즐거운 어린이 팬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에 관해 보도한 현지 기사가 있는가를 검색해 보기도 했고, 왜 이런 현상이 새롭게 생긴 것인지에 관해 깊이 생각해 봤다. 그 결과를 아래의 글로 정리했다.
현지 매체의 보도
BTS의 미국 공연에서 어린이 팬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관측은, 탬파(Tampa)를 다룬 연예 기사와 지역 보도, 그리고 엘파소(El Paso) 현장 기사들을 함께 보면 더 분명해진다. 조선일보와 여러 국내 매체는 탬파 공연의 폭발적 흥행과 현장 열기를 전했고, 미국 쪽에서는 탬파베이타임스와 폭스13뉴스가 탬파 현장의 대기열과 K-Pop 시장의 확장에 대해 다뤘다.
엘파소 쪽에서는 AOL에 실린 현장 기사와 지역 방송 연계 보도가 공연 전부터 다양한 세대가 섞인 팬덤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번 투어는 BTS의 5번째 정규 앨범 ARIRANG의 발매와 함께 기획된 것으로, 전 멤버가 2025년 군복무를 마치고 7인 완전체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펼치는 대규모 월드 투어이기도 하다.
탬파 사례는 특히 대규모 흥행과 도시 전체의 열기를 보여주는 쪽에 가까웠다. 탬파베이타임스의 기사는 연예 기사라기보다 지역 문화·생활 기사에 속하고, BTS 공연이 도시 경제와 관광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폭스13뉴스 역시 뉴스 보도 형식으로, 공연 전 팬들의 줄서기와 분위기를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 반면 조선일보와 OSEN 계열 기사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사 성격이 강하고, 공연 자체의 규모와 떼창, 아리랑 반응 같은 흥행 포인트를 중심으로 쓴다.
엘파소는 조금 다르다. AOL에 실린 기사처럼 현지 팬들의 이동, 가족 동반, 지역 커뮤니티의 참여를 보여주는 현장 기사 성격이 강하고, 공연 자체보다 “누가 왜 왔는가”에 초점을 둔다. 여기에 엘파소 카운티가 BTS 위크엔드를 선포했다는 보도까지 겹치면서, 엘파소는 단순한 공연 도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BTS를 맞이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이 소도시를 상징하는 프랭클린 산의 거대한 별이 BTS의 상징인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이 두 소도시에서의 공연에서 어린이 팬이 증가했다는 증거는 탬파와 엘파소 두 군데서 공히 찾을 수 있었다. 왜 이런 공통 현상이 발생한 것인가?
초기 아미가 낳은 두 번째 세대
아미(ARMY)라는 BTS 팬덤 이름이 공식화된 것은 2013년 7월이다. BTS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전후이고, 그 시점에 아미의 핵심 층은 대략 15세에서 25세 사이의 여성 팬들이었다. 2026년 현재 그들은 28세에서 38세가 되었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2017년에 20세였던 팬이 지금 자녀를 두고 있다면 그 아이의 나이는 보통 1세에서 6세 사이이고, 25세였던 팬의 아이라면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일 수 있다. 2013년부터 2014년 사이에 팬덤에 진입한 가장 이른 아미, 즉 당시 10대 중후반이었던 층이라면 지금 서른 중반으로, 7세 전후의 자녀를 데리고 공연장에 가는 것이 전혀 낯선 그림이 아니다. 공연 관람이 팬 하나가 아닌 그 팬의 가족동반 행사로 변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연령 계산이 중요한 이유는, 공연장에서 목격된 어린이 팬의 상당수가 처음 K-Pop을 접한 새로운 세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수는 BTS의 노래를 이미 집에서 일상적으로 듣고 자란 아이들이다. 부모의 플레이리스트가 자녀의 첫 음악 환경이 된 것이다. 인간의 음악 취향 형성에서 어린 시절 반복 노출의 영향은 음악심리학에서 잘 정립된 사실로, 부모가 듣는 음악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안전하고 친숙한 소리로 각인된다. BTS의 멜로디와 리듬이 집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던 환경에서 자란 아이라면, 그것이 공연이라는 형태로 눈앞에 펼쳐졌을 때 낯선 경험이 아니라 오랜 친구를 만나는 감각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군복무라는 변수도 더해진다. BTS 전원이 군복무를 마치고 팀으로 복귀한 것은 2025년 이후의 일이다. 군복무 기간은 팬덤에 일종의 공백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공백이 팬덤의 연령대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2022년 활동 중단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팬들이 복귀 시점에는 20대 중후반 혹은 30대 초반이 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사례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군복무라는 한국적 제도가 의도치 않게 팬덤의 생애 주기에 개입하여, BTS가 돌아왔을 때 새로운 세대의 관객도 함께 공연장에 오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공연장에서 아이와 함께 서 있는 부모 중 일부는 십 년 넘게 그들을 응원해 온 1세대 아미이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몇 가지가 겹쳐 있다. 첫째, BTS가 더 이상 특정 연령대의 팬덤에만 묶이지 않고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에서 K-Pop이 이미 젊은 세대의 유행을 넘어 일상적인 대중음악 선택지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셋째, 짧은 영상과 SNS가 아이들의 첫 진입로가 되면서, 춤과 멜로디가 강한 BTS 음악이 어린이에게도 쉽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팬덤 문화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가벼운 단위로 확장됐다. 예전에는 앨범을 사는 성인 중심의 팬 문화가 강했다면, 지금은 아이가 영상을 보고 좋아하고, 부모가 함께 공연장에 데려가는 식의 가족형 소비가 자연스러워졌다. 그래서 “어린이 팬이 갑자기 늘었다”는 것보다, 이미 진행 중이던 세대 확장이 미국 대형 투어에서 눈에 보이게 드러난 것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K-Pop 데몬 헌터스”가 만들어 준 통로
어린이 관객 증가의 또 다른 경로는 외부에서 왔다. 2025년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K-Pop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작품이 되었으며, 닐슨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시청 시간만 205억 분에 달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흥행 기록이 아니라 문화적 침투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닐슨 집계에 따르면 이 영화를 스트리밍한 시청자의 48퍼센트가 2세에서 11세 사이의 어린이였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그 자체로 놀라운 수치는 아니지만, K-Pop이라는 소재가 이 연령대의 주류 콘텐츠로 안착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영화의 주제가 ‘Golden’은 빌보드 글로벌 200 정상을 기록했고, 픽사나 디즈니 공주 대신 아시아계 캐릭터가 어린이들에게 코스튬 영감을 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영화의 공동 감독 중 하나인 크리스 애플한스는 이 영화의 출발점을 BTS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했던 바 있다. 팬데믹 기간에 BTS가 진행한 가상 콘서트를 보면서, 음악이 어두운 감정에 맞서는 실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가 되었다고 밝혔다. 음악 크레딧을 보면 BTS의 ‘Boy with Luv’와 ‘Butter’를 작업한 작곡가들이 포함되어 있고, 블랙핑크와 협업한 프로듀서 테디 박도 참여했다. 다시 말해, 이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음악적 DNA는 BTS를 비롯한 한류 스타들의 음악 언어에서 직접 추출한 것이다. K-Pop이라는 세계관을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접하는 멜로디와 리듬의 감각은, BTS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소리이다.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루클린의 한 극장에서 열린 단체 관람 행사에서는 보라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어린이들이 캐릭터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자리를 뜨려는 아이를 붙잡으며 “이 곡은 내 최애”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목격되었다. 이 장면은 영화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라 가족 단위 경험으로 작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NPR 방송에 출연한 한 부모는 처음에는 아이들의 강권에 억지로 영화를 봤지만 결국 온 가족이 팬이 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다니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전이 일어난다. 본래 K-Pop의 확장을 이끈 것은 성인 팬층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린이가 가족 전체를 K-Pop 세계로 이끄는 관문이 된 것이다. 탬파와 엘파소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공연장에 들어선 부모들 가운데는, “K-Pop 데몬 헌터스”를 집에서 수십 번 반복 재생한 자녀들의 요청에 따라 처음으로 BTS 공연장에 발을 디딘 이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 두 흐름의 합류점, 그리고 앞으로의 의미
이 두 가지 흐름은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서로 보강하는 구조로 얽혀 있다. 10년 넘게 BTS를 응원해 온 1세대 아미가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BTS를 전수하는 흐름과, “K-Pop 데몬 헌터스”를 통해 K-Pop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어린이들이 부모를 이끌고 공연장으로 오는 흐름이 탬파와 엘파소에서 동시에 수렴했다. 두 경로 모두 가족이라는 단위를 경유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두 매체 빌보드와 루미네이트는 K-Pop 팬덤과 BTS 컴백, 그리고 이 영화 사이의 관계를 닭과 달걀의 구조로 설명하며,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관찰은 정확하다. BTS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지금과 같은 문화적 토대 위에서 만들어질 수 없었고, 이 영화가 없었다면 새로운 세대의 어린이 관객이 BTS 공연장으로 연결되는 통로도 없었을 것이다.
엘파소의 선 보울 경기장의 팬 가이드에는 공연 중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는 보호자를 위한 별도의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다는 안내가 명시되었다. 이것은 어린이 동반 관객이 이미 예측 가능한 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을 주최 측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이다. 단순한 팬덤의 정서적 반응이 아니라, 공연 운영 인프라 차원에서 가족 단위 관객이 하나의 정식 범주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팬덤은 유기적으로 성장하지만, 그 성장이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은 인프라가 그것에 응답할 때이다. 엘파소는 그 응답이 공식 문서에 기록된 사례이다.
클렘슨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한류 팬덤의 확장은 단순한 음악 소비를 넘어 정서적 지지와 공동체 형성,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 탐색이라는 기능을 수행하며, BTS는 자기 사랑과 정신 건강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그 중심에 자리해 왔다. 어린이가 이 생태계에 진입한다는 것은, K-Pop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미국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정착하는 과정에 있음을 뜻한다. 탬파와 엘파소에서 목격된 장면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 과정의 가시적인 단면이다.
그리고 두 소도시 공연에서 나타난 이 현상은 BTS의 다른 공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 아이들도 많이 가서 보는 게 BTS의 건전한 공연이로구나’ 하는 부모 측의 생각과 ‘나도 저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K-Pop 공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얽혀서 가족동반 관람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가족 공동체의 보다 나은 결속을 위한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끝으로
이 흐름은 앞으로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BTS 같은 팀은 이제 음악 그룹을 넘어 가족 단위 체험, 도시 이벤트, 세대 공유의 상징이 되고 있다. 1세대 아미가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고, “K-Pop 데몬 헌터”가 새로운 어린이 팬층을 실어 나르는 두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합류한다면, BTS의 팬덤은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대를 거듭하며 넓어지는 구조를 갖게 된다. 공연장도, 굿즈도, 콘텐츠도 이 변화에 응답하여 더 넓은 연령층을 겨냥하게 될 것이다.
그 응답의 일부는 이미 시작되었다. 엘파소 선 보울이 공식 팬 가이드에 보호자 대기 라운지를 명시한 것, ARIRANG 투어가 역사상 최초로 360도 무대 배치를 선택하여 어느 자리에서도 소외되는 관객이 없도록 설계한 것은, 팬덤의 다양성이 공연 기획의 전제 조건이 된 시대를 보여주는 단서들이다. 이것은 K-Pop이 특정 세대의 취향이 아니라 세대를 가로지르는 공유 언어가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탬파와 엘파소의 공연장에서 목격된 어린이 팬의 풍경은 낯선 현상이 아니라 어찌 보면 예견할 수도 있었던 귀결이다. BTS가 10년 넘게 쌓아 온 팬덤의 층위가 생애 주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를 품었고, ”K-Pop 데몬 헌터스“라는 예상치 못한 촉매가 그 흐름에 속도를 더했다. K-Pop이 어린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탬파와 엘파소는 그 시작이 가시화된 역사적인 장소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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