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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장의 검사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 벌어진 장면들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분노의 기억이 될지, 아니면 변화의 기억이 될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함을 질렀다.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적반하장으로 의원들을 향해 “나중에 어떻게 하시려고”라며 되레 으름장을 놨다. 수사 과정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서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도 있다”고 태연히 넘겼다. 이것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 자부해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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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장의 검사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 벌어진 장면들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분노의 기억이 될지, 아니면 변화의 기억이 될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함을 질렀다.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적반하장으로 의원들을 향해 "나중에 어떻게 하시려고"라며 되레 으름장을 놨다. 수사 과정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서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도 있다"고 태연히 넘겼다. 이것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 자부해온 검사들이, 국민의 대표 앞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 이 청문회의 무대는 이른바 '대장동 사건'이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민관 유착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수사팀을 꾸렸다. 처음 수사에 착수한 1기 수사팀은 개발업자들의 이익 편취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이후 구성된 2기 수사팀은 수사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틀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현 대통령을 핵심 공범으로 설정하고, 배임 혐의의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수십 명의 검사가 투입되었고, 수백 건의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청문회장에서 결정적 장면이 연출된 것은 바로 이 2기 수사팀의 수사 방식을 두고서였다.

● 녹취록 한 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2기 수사팀은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의 통화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녹취 속 인물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표기했다. '실장님'이라는 표현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진상 전 실장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단어다. 즉, 단순한 친구 사이의 대화를 마치 이 대통령 측근과의 교신처럼 보이도록 표기를 바꿔 법원에 낸 것이다.

이 사실이 청문회장에서 폭로되자 해당 검사들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오늘 다시 들어보니 재창이형으로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법원에 제출할 때는 '실장님'으로 들렸고, 청문회장에서 추궁을 받자 비로소 '재창이형'으로 들린다는 말이다. 한 글자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 얼마나 의도적인 편집과 해석이 개입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 더 뼈아픈 것은, 이 비판이 외부가 아닌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청문회에 출석한 1기 수사팀 관계자는 2기 수사팀에 대해 "성남시장을 공범으로 집어넣고 배임 범위도 과도하게 확장했으며, 특정 정당이 주장하는 프레임에 맞춰 수사했다"고 직격했다. 같은 사건을, 같은 검찰 안에서 수사했던 사람이 한 말이다. 수사가 사실을 쫓은 것이 아니라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사실을 끼워 맞췄다는 의심을 검찰 스스로가 뒷받침한 셈이다.

수사가 아니라 기획이었다는 의혹, 이것이 이번 청문회의 핵심이다.

● 그 수사의 끝에서 사람이 죽었다

수사 과정에서 소환을 반복적으로 받았던 참고인과 증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법적 인과관계의 확정 여부와 별개로, 전례 없는 규모의 수사가 전례 없는 인명 피해를 낳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무겁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청문회장의 그들에게서 그 무게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참고인 남욱 변호사를 영장도 없이 구치감에 이틀 넘게 가둔 것에 대해 "또 출석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태연하게 설명했다. 편의에 따라 사람을 가두고, 편의에 따라 기록을 고쳤다는 의혹 앞에서, 그들의 언어는 끝까지 "원칙에 따른 수사"였다.

● 이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소권의 독점, 수사권의 광범위한 행사, 그리고 그 어디에도 실질적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시스템 이 구조 위에서 검찰 권력은 수십 년간 사실상 무적의 갑옷을 입어왔다.

틀려도 "실수"로 귀결되고, 과해도 "원칙"으로 포장되었다. 그 갑옷이 어찌나 두꺼워졌던지, 이제 국민 앞에 서서도 스스로를 내려놓을 줄 모른다. 청문회장에서 고함을 지른 그 검사는 자신이 당당하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당당함과 오만함은 다르다. 진실을 외면한 채 고개를 빳빳이 드는 것은 당당함이 아니라, 수십 년간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권력이 남긴 근육 기억일 뿐이다.

● 검찰 개혁이 구호에 그쳐온 이유는 분명하다

권력의 칼자루를 쥔 자가 스스로 그 칼을 내려놓은 역사는 없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공소 유지에 대한 실질적 책임 부과, 수사 과정의 투명한 기록과 사후 검증..

이것은 검찰을 적으로 돌리는 문제가 아니라, 검찰을 다시 국민의 기관으로 되돌리는 문제다.

● 역사는 기억한다

무엇을 했는지만이 아니라, 그 결과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청문회장의 그 장면들은 이제 기록으로 남았다. 국민은 그것을 봤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실수를 실수라 인정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인정을 끝내 거부하는 자에게, 국민은 더 이상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면죄부를 줄 이유가 없다.

(사진)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 등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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