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을 세계 일류로 키워낸 고 이건희 회장은 생전 사람을 보는 안목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남긴 수많은 경영 철학 중에서도 특히 어떤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은 오늘날 복잡한 인간관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서늘한 각성을 촉구한다. 인간의 성취는 결코 홀로 이뤄낼 수 없으며 주변에 어떤 인물들이 포진해 있느냐에 따라 삶의 궤적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명확히 꿰뚫고 있었다.
우선 책임을 회피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세계든 일상의 영역이든 예기치 못한 파도는 언제나 몰아치기 마련인데, 이때 돛을 잡기보다 변명거리를 먼저 찾는 이들은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책임감이란 단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넘어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의 결과를 온전히 짊어지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타인을 탓하거나 상황의 불운만을 탓하는 이와 곁에 서 있다면 결국 당신이 그 모든 화를 뒤집어쓰게 될 뿐이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급급한 이들은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배에서 뛰어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 또한 곁에 두어서는 안 될 치명적인 부류다. 말은 화려하나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삶은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아서 신뢰라는 기초가 존재하지 않는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화폐와 같은데 부도가 난 수표를 남발하는 사람과 거래를 지속하는 것은 스스로 파산을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겉으로는 달콤한 약속을 건네며 환심을 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간의 신의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진정한 실력은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되는 법이며 침묵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증명해 나가는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인연의 표본이다.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하고 시기하는 자들은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사는 이들이다. 누군가의 성취를 자신의 부족함으로 환원하여 질투의 불길을 태우는 사람은 결국 주변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두 갉아먹는다. 시기심은 파괴적인 감정이라서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만들며 이는 곧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건강한 동기부여는 타인의 성공을 교본 삼아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옹졸한 시기심에 매몰된 자는 상대의 발목을 잡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자신의 성장 기회마저 발로 차버린다. 당신이 잘될 때 진심 어린 축하 대신 비아냥을 건네는 이가 있다면 지체 없이 그 관계의 끈을 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배움을 멈춘 자, 즉 배우려 하지 않는 태도는 정신의 노화를 상징한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격변의 시대에 과거의 영광이나 낡은 지식에 안주하는 것은 스스로 도태를 선택하는 행위다. 이건희 회장은 항상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변화를 선도할 것을 주문했는데 이는 끊임없는 학습과 겸손한 수용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줄 아는 유연함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스스로 다 안다고 착각하며 귀를 닫아버린 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벽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으니 그들의 고집에 당신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결국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도달할 종착역의 풍경은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을 고쳐 쓰는 것은 오만한 착각이며 타인의 본성을 바꾸려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나 자신을 갈고닦는 데 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다.
나쁜 인연을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력은 냉정함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노력하기 이전에 나 자신이 먼저 누군가에게 책임을 다하고 언행을 일치시키며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은 진리이며 당신이 빛나는 가치를 지니게 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보고 함께 정진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들이 모여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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