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은 극단적인 형태의 온쇼어링을 추구하는 듯하다. 관세를 무기처럼 휘두르면서 사실상 제조업의 모든 걸 미국 내에서 해결하려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도 그렇고, 전쟁을 빌미로 해외 에너지 의도를 강제로라도 낮추려는 접근법도 그렇다. 물론 자급자족 내지는 '자강'에 근거한 점진적인 온쇼어링 같은 건전한 방식이 아니다. 동맹국에 대해서는 안보비용이라는 이유로 거액의 돈을 삥뜯거나, 혹은 자국 내 제조업-에너지 산업 분야에 대한 반강제적인 투자를 통해 급격한 온쇼어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멘징하려고 드는 양아치 방식이라서 그렇지.
그런데 이조차도 뜻대로 안된다는 것. 당장 항공유 부문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최대 항공유 생산국이면서도 동시에 최대 항공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큰' 영토 탓이 크다. 영토가 크다 보니 항공교통 의존도가 높아서 항공유 소비량도 크고, 그만큼 민간항공 분야도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고 영토가 큰 까닭에 자국 내에서 생산된 항공유를 전국 곳곳으로 옮길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동부에서 서부로 항공유를 운송하는 비용보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항공유를 수입하는 비용이 더 싸다. 그런데 동부와 서부를 잇는 교통은 여객수송의 경우 90% 가량을 항공교통에 의존한다. 서부에서 항공유 부족으로 인한 가격 폭등이 시작되면 이게 서부의 문제만으로 끝날 수 없는 이유다.
그 결과가 미국 내 대형 LLC 중 하나인 스피릿 항공의 파산. 물론 스피릿항공은 2023년 젯블루와의 인수합병이 미 법무부에 의해 무산되면서부터 경영 압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니, 단지 유가 인상으로 인해서 멀쩡했던 회사가 파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간신히 버티던 회사가 이란 전쟁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지. 그런데 보통 이렇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무너지고 나면 그 여파는 점진적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하물며 이게 항공 분야 하나만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이걸 이란과의 전쟁이나 동맹국에 대한 삥뜯기로 멘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트럼프의 가장 큰 패착이 아닐까 싶다. 온쇼어링을 추구할 거였으면 최소한 전쟁이라도 피했어야지. 스피릿 항공의 파산이 그저 단발적인 사건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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