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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작가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박해영 작가는 매번 한 인물을 상상할 수 있는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듯하다. 바람난 아내, 자살한 연인,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힌 삶, 끝나지 않는 가난, 그리고 처절하게 20년간 실패만 이어가고 있는 남자, 그런 인물들이 매번 극의 시작에 있다. 과연 바람난 아내가 용서를 비는 상태에서도 가정과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연인이 죽고 모든 걸 잃어도 삶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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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작가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박해영 작가는 매번 한 인물을 상상할 수 있는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듯하다. 바람난 아내, 자살한 연인,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힌 삶, 끝나지 않는 가난, 그리고 처절하게 20년간 실패만 이어가고 있는 남자, 그런 인물들이 매번 극의 시작에 있다. 과연 바람난 아내가 용서를 비는 상태에서도 가정과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연인이 죽고 모든 걸 잃어도 삶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비웃고 조롱하는 실패의 끝에도, 인간은 구해질 수 있을까?

어쩌면 작가 본인이 그에 대한 대답을 얻고 싶어서, 그런 인물들을 실험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상상력의 시도에 공감가는 면이 있다. 소설을 쓰던 시절에는, 나도 그렇게 인물을 극한까지 몰아가보는 일을 해보곤 했다. 내가 그 인물이 되어, 만약 내가 이런 상황까지 내몰린다면, 나는 그 수렁에서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상했던 한 장편 소설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여러 일이 겹치면서 폐인이 되어 방 구석에 처박혔다. 자살을 생각하던 그에게 편지 한 통이 날아온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를 보면, 그 시절 썼던 그 소설과 그 소설을 쓰던 여름이 떠오른다. 아마 그런 소설을 썼던 이유는, 그만큼 불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상상으로라도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무엇이든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상으로 경험해봤으니까, 내가 최악의 실패한 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듯했다. 어쩌면 박해영 작가도 같은 마음으로, 그런 작품을 쓰는 건 아닐까.

나는 종종 아이를 잃거나 아내가 죽은 삶에 대해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상상하다 보면, 그것은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일 것 같다. 그런데 작가는, 바로 그 상황을 상상하며 글을 쓴다. 때론 삶의 경험에서 비슷한 경험들을 길어내기도 한다. 놀랍게도, 작가는 그렇게 길을 찾는다. 내가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무엇이 날 구원할까. 미쳐버릴 것 같은 답답함 속에서, 작가는 그 답을 찾아간다. 때론 알코올 중독 인물로, 때론 기어코 견뎌내고야 마는 가장으로, 때론 공포와 피해의식 속에서 불안에 떠는 광기 어린 남자로.

답은 매번 달랐다. 결국에는 그 모든 걸 받아들이는, 마치 성자와 같은 인물도 있었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를 새로 만나 손을 잡고 세상 끝으로 도망치는 인물도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가 어떤 결말을 낼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는 또 한 사람의 연민과 관심으로 살아날까. 아니면 끝내 오랜 실패를 딛고 성공할까. 실패는 실패로 둔 채 먼 곳으로 떠날까. 새로운 삶을 시작할까. 아니면 광기를 넘어선 광기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릴까. 무슨 결말이든, 그 과정을, 작가가 그 여정을 풀어나가는 길을 흥미롭게 보게 될 듯하다.

박해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도 이야기를 쓰고 싶어진다. 나도 온 마음을 담아 한 인물을 상상하고, 그 인물에 몰입하며, 그 인물이 가는 길을 보고 싶다. 그것은 작가가 자기 삶을 견뎌내고 이겨내며 자기의 답을 찾아 일하는 방식이다. 그런 여정을 걸어가는 작가가 문득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의 끝을, 그 경계에 선 마음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 사진 - 모두가자신의무가치함과싸우고있다 하이라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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