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벽, 영국 글래스고의 켄뮤어 거리에 경찰 차량이 들이닥쳤다.
영국 내무부의 이민자 단속을 위해, 두 명의 인도계 남성을 체포하려는 기습이었다.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수백 명의 이웃들이 잠옷 차림으로 거리로 몰려나왔다.
사람들은 경찰차를 둘러싸고 호송을 막았다.
어떤 남성은 아예 호송차 밑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무려 8시간.
공동체는 경찰을 에워싼 채 외쳤다.
“우리는 오래 함께 살아온 이웃을 내줄 수 없다.”
결국 스코틀랜드 경찰이 개입했고, 이주 남성들은 풀려났다.
이 장면은 곧 이주자에 대한 공동체의 환대와 연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사람들이 경찰을 막아선 그 사진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이 사건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모두가 켄뮤어 거리로〉**라는 제목으로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기억 속에 인장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던 순간이었다.
요즘처럼 이민 반대와 극우의 언어가 커지는 흐름을 떠올리면,
켄뮤어 거리의 장면은 더욱 낯설고 또렷하다.
며칠 전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온기의 선택이 있었다.
스페인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거주권과 취업 허가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집권 사회당과 포데모스 간 협상의 결과다.
약 50만~80만 명의 이주민이 대상이며,
대부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출신으로
농업·관광·서비스 산업을 떠받쳐 온 사람들이다.
1년 단위 거주권 갱신, 10년 체류 시 시민권 취득도 가능하다.
스페인 정부는 선언했다.
이민은 경제 성장의 부담이 아니라 토대라고.
지난 6년간 경제 성장의 약 80%,
사회보장 수입의 약 10%를 이주노동자들이 만들어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페인은 최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에서는 이주자를 범죄처럼 몰아세우는 언어가 난무한다.
반면 스페인은
“인권과 사회정의를 경제 성장, 사회적 결속과 양립시키는 이주 모델”을 말한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 중도좌파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태도에 가깝다.
켄뮤어 거리의 사람들처럼.
이웃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선택 말이다.












답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