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기존 산업 구조만으로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중산층 경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크리에이터, 로컬이라는 새로운 개념들이 미래 경제의 핵심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한 브랜드 연구 교수는 “과거 ‘브랜드’라는 단어를 정책 언어로 만들기 위해 많은 설득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단어 하나가 정책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념 정리를 넘어 정치권과 행정, 산업계를 차례로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단어들이 정책 언어로 자리 잡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회와 시장은 이미 변했지만 정책은 느리다
오늘날 사회와 시장에서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와 같은 단어들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이 소비와 창업으로 이어지고, 콘텐츠 제작자가 하나의 경제 주체로 성장하는 현상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은 아직 국가 정책의 중심 어젠다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지방선거 공약이나 정책 토론을 보면 첨단 산업 유치나 대규모 인프라 개발과 같은 전통적인 경제 전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 가지 현실에서 설명한다.
첫째, AI와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세대의 자아실현 욕구는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이다.
이 두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미래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중산층 경제는 어디에서 만들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
전문가들은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취향, 경험, 이야기에서 비롯된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소비와 창업으로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자본이 아닌 철학과 스토리로 시장에서 경쟁하는 브랜드, 자신의 삶과 콘텐츠를 결합해 경제 활동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바로 그 예다.
특히 이러한 경제 활동이 실제로 성장하는 공간은 대부분 로컬 지역이다. 특정 도시의 문화와 분위기를 담은 공간, 지역 장인의 기술이 담긴 제품, 개인의 삶이 녹아든 브랜드는 대부분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최근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는 ‘골목 상권 브랜드화’나 ‘지역 기반 창업’ 현상도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국가 브랜드 정책의 한계
과거 정부에서도 ‘브랜드’ 개념을 정책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예를 들어 Presidential Council on Nation Branding은 Lee Myung-bak 정부 시절 국가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후 Park Geun-hye 정부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문화융성 정책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대부분 국가 이미지와 관광 홍보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한계를 남겼다. 개인이나 지역이 스스로 경제적 주체로 성장하는 개인 브랜드·로컬 브랜드 전략으로 확장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 AI 시대 중산층 경제의 새로운 질문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경제 정책이 기존 산업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개인과 지역이 경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I 시대에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만으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산업, 크리에이터 경제, 로컬 브랜드 생태계가 새로운 중산층 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경제 연구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크리에이터, 로컬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AI 시대 경제 구조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라며 “이 언어들이 정책으로 이어질 때 새로운 중산층 경제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I가 빠르게 산업 구조를 바꾸는 지금, 개인과 지역의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언어가 과연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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