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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5세와 이재명 대통령

헨리 5세는 영국 역사상 가장 유능했고 사랑받았던 군주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부터 케네스 브레너의 영화 (또 그 뒤에 나온 것 같은데) 여러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된 사람이고, 아쟁쿠르 전투 등 역사의 전환점에 화려하게 섰던 사람이다. 하지만 왕이 되기 전 그는 왕가의 골칫거리였다. 허구헌날 불량한 패거리들하고 술 취해 돌아다니고 심지어 부랑자들과 어울려 도둑떼를 결성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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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5세와 이재명 대통령

헨리 5세는 영국 역사상 가장 유능했고 사랑받았던 군주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부터 케네스 브레너의 영화 (또 그 뒤에 나온 것 같은데) 여러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된 사람이고, 아쟁쿠르 전투 등 역사의 전환점에 화려하게 섰던 사람이다.

하지만 왕이 되기 전 그는 왕가의 골칫거리였다. 허구헌날 불량한 패거리들하고 술 취해 돌아다니고 심지어 부랑자들과 어울려 도둑떼를 결성하고 도둑질까지 하고 다녔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 아버지 헨리 4세가 신하에게 이런 한탄을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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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가 나니 말이오, 나의 노섬벌랜드경이 그토록 축복받은 아들의 아버지라는 것이―(중략) 나는 그를 찬미하면서 보게 되는 것이오, 방종과 불명예가 더럽히는 내 아이 해리의 이마를. 오, 속설이 사실로 드러나 어떤 밤도둑 요정이 요람 옷의 우리 아이들 위치를 서로 바꾸어 놓고 내 아이를 퍼시로, 그의 아이를 플랜타저넷으로 부르게 한거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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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의 총명한 아들을 부러워하면서 왕은 어디 요정이라도 나타나 우리 아들들을 바꿔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탄한다. 불량배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왕가의 명예 따위는 저잣거리에 내다버린 아들 때문에 가슴을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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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들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말까지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 하나님 용서를 빌 일이로다! 정말 알 수가 없구나, 해리(왕세자 때 이름) , 네 기질은, 어쩌면 그렇게, 날개 펴고 날아가는 방향이 온갖 네 조상들과 정반대란 말이냐.” 우리 말로 하면 도대체 어쩌다 우리 집안에서 이런 꼴통 괴물이 나왔는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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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꼴통이 임금이 된 뒤 바뀌었다. 왕년의 우리 동료가 왕이 됐다고 기뻐하며 외친다. “내 친구 헤리가 왕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궁정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리라. 나를 믿으라. 내가 그를 길들였노라.” 그런데 어깨 들썩이며 궁정으로 달려간 폴스타프에게 헨리 5세는 유명한 대사를 친다. “나는 너를 모른다 이 늙은이야. 기도나 하러 가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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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단절 선언이었다. 그리고 왕이 된 뒤 헨리 5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불량배들과 놀며 왕가 체면 깎아먹던 왕세자가 아니라 기민한 정치력으로 라이벌 세력을 꺾고, 확고한 지휘력으로 전투에 나서 잉글랜드의 국익을 확보한 영걸로 거듭난다. 특기할만한 것은 웨일스 토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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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웨일스를 밀어붙이는 한편으로 끊임없이 협상에 나섰다. 항복하면 기득권을 인정해 주었고,원하면 잉글랜드 군으로 편입시켰다. 웨일스의 ‘독립왕’글린두르는 끝내 항복을 거부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일단 웨일스와의 다툼을 봉합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웨일스 사람들이 잉글랜드 사람들을 괴롭혔던 무기 장궁을 적극 도입한다. 아쟁꾸르 전투에서 위풍당당한 프랑스 기사단을 시체군단으로 만들어 버린 장궁대 가운데에는 웨일스 장궁병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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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꾸르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전멸시키고 파리에 입성하여 영국 프랑스 통합왕의 꿈에까지 근접했던 헨리 5세를 문득 떠올리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도 비슷한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 헨리 같은 난봉꾼 개차반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 욕도 많이 먹었고 의심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다 나라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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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그냥 대통령으로의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 더 이상 뭘 바랄 것도 없다면 남은 4년, ‘하얗게 불태우고’ 나오면서 박수받는 대통령이 된다면,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어쩌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헨리 5세가 영국의 영걸로 남은 것처럼.

그런데 지금 권력으로, 과거의 일에 연연한다면, 즉 방탕했던 자신의 동료 폴스타프에게 “난 너를 모른다 이 늙은이야. 기도나 하거라” 하던 그 기세로 과거와 단절하지 않는다면, 과거만큼의 무게를 질질 끌고 가느라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십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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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그분’ 문제는 동아일보의 왜곡이 맞았다. 그걸 비판할 수는 있겠는데 수상 취소 운운은 대통령이 굳이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기친람 바쁘실 텐데 (비아냥 아님… 정말 부지런하다고 생각함) 이런 건 좀 친람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 목청 큰 국회의원들도 많은데, 굳이 “내가 너를 아노라. 네 죄를 내가 알렷다”까지 안하셔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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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거 하나. 대장동 그분 보도 때문에 대통령 선거 패하고, 그것 때문에 역사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해다. BBK 만들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도 이명박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대단한(?) 국민들이 대장동 그분 보도로 등을 돌린 게 아니었다. 나도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를 찍었지만 정말 여러 번 망설이며 이게 맞나 하고 찍었었다. 그런데 그건 대장동 그분이 의심스러워서가 아니었다.. 그저 헨리 4세의 심경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잘할 수 있을까 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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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진심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한다. 아니 안되면 우리 나라 정말 암담해지기 때문이다. 저 매국노 일진회처럼 미국가서 별짓 다 하고 다니는 장동혁이 하고 다니는 꼬라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난 1년 잘해 오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어머니 사약 먹고 흘린 금삼의 피에 집착하는 연산군보다는 “나는 너를 모른다 이 늙은이야” 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헨리 5세를 닮은 통치자가 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퇴임하는 날, 헨리 5세처럼 멋진 연설 해 주시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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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이야기는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달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세상의 종말까지 영원히 2030년의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 이들은 없게 될 것입니다. 인구 5천만, 수십 억 인구 중 소수인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그러나 그렇게 작지만 강하기에 행복한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형제입니다.”

P.S. 이런 얘기하면 꼭 이렇게 묻는 분이 계시다. 그럼 폴스타프는 누구고 헨리 4세는 누구며 프랑스는 누구냐… 그런 거 없다. 그냥 맥락을 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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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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