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모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관련해서 조언을 구할 때 들려주는 얘기가 두 개 있다. 둘 다 내가 우연히, 그것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껏 정말 맞는 조언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얘기 대신 그 얘기들을 들려준다.
1.
첫 번째 조언은 첫 아이를 낳은 후 몇 주만에 아내와 외출했을 때 들은 거다. 동네 식료품점에 갔는데, 아내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본 어느 백인 할머니가 다가와서 아기가 너무 예쁘다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 할머니는 우리와 짧게 몇 마디 나누고 떠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 무척 힘들 거예요.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이 귀여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데, 이 순간은 너무나 짧아요. 그러니까 힘들어도 일부러 애써서 즐기기로 작정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냥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 있으면 어느 순간 가장 귀여운 아기 시절이 끝나 있어요. 제 경험에서 하는 얘기예요."
뒤돌아보니 아기가 어릴 때는 대개 부모도 (다른 의미에서) 어리고, 삶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첫 몇 년의 소중한 시간을 놓치기 쉽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 할머니의 충고 때문에 아이들이 어릴 때 매 순간을 사진을 찍듯 즐기고 기억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2.
두 번째 조언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초대 손님이 한 말이다. (그 남자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어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데, 대략 아이가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제가 아이를 낳고 곰곰 생각해 보니, 이 아이가 우리 부부와 함께 사는 시간은 길어야 18년 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대학교에 가고, 취직해서 떨어져 살면서 가끔 집에 오겠죠. 제게 주어진 18년을 정말 소중하게 보내면서 이 아이와 가까워져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 아이들이 5살, 6살이었다. '내게 고작 12년 남았구나'하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인생에 다른 조망이 필요한 거다.) 그 뒤로 아이들과 지내면서 화가 날 때마다 그 남자의 말을 떠올리며 '몇 년 남지 않았는데 좋은 기억 남겨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덕분에 지금도 아이들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3.
나는 이 두 가지 조언만한 걸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만약 나보고 나만의 조언을 하나 보태 보라고 한다면... 조금 엉뚱한 얘기지만, '아이의 생애 첫 발표(public speech) 준비에 온 가족이 20분을 내라'는 거다.
아이들은 각자 타고 난 재능이 있다. 좋은 재능을 발견하면 잘 키워줄 수 있지만, 없는 게 분명한 재능을 만들어 주는 건 정말 힘들고,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발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 떨거나 긴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억은 못 해도) 어릴 때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주 어릴 때는 남들 앞에 서도 대개 겁이 없는데, 그때 잘 해서 칭찬을 받으면 계속 더 잘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많은 재능이 이런 식의 노력으로 계발되는 거다. 반면 겁없이 남들 앞에 섰다가 실수를 하거나, 남들이 웃는 걸 경험하면 움츠러들게 되고, 연습을 하기보다는 피하게 된다.
아이들이 1학년 때 하는 첫 발표는 대개 시시하다. 1분 정도 얘기하고 내려오는 게 전부다. 그래서 대부분 연습 없이 올라가는데, 그때의 경험이 어쩌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모른다.
나도 어릴 때 앞에 나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처음 발표할 때 반에서 가장 좋은 발표가 되도록 준비시켰다. 그래봤자 고작 20분 연습시킨 거다. 하지만 나머지 가족 3명이 청중처럼 똑바로 앉아서 들으며 지켜보고 시선과 자세를 고쳐주고, 목소리와 말 속도를 고쳐줬다. 워낙 짧은 발표라서 5번 정도 연습한 게 전부다.
그런데 아이 반에서 아무도 그 정도로 연습하고 오지 않았다. 당연히 선생님과 아이들의 눈에 띄었고, 그날로 아이는 '발표 제일 잘 하는 애'가 되었다.
아이는 다음 발표를 기다렸고, 이번에도 제일 잘 하고 싶어서 우리를 앉혀놓고 연습을 자청했다. 그 다음부터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둘째도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항상 발표 잘 하는 학생들이었고, 큰 아이는 대학원 연구실에서도 excellent presenter로 통한다. 두 아이 모두 인터뷰를 잘 하고, 남들보다 자신 있어 한다. 인터뷰 기술과 발표 기술은 다르지 않아서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이 1학년 때 20분 연습했던 그 날을 회상한다. 아이들도 그 날의 연습 덕분이었다고 정확하게 기억한다. 인생에서 20분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닌 20분이 많은 걸 바꾼다.
짧은 어린 시절의 많은 것들이 그렇다.










답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