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김지훈 기자
역사는 때로 가장 가까웠던 이들을 가장 잔인하게 갈라 놓는다. 오늘날 서로를 향해 미사일을 겨누는 Iran과 Israel의 관계가 그 극적인 예다. 태생부터 원수처럼 보이는 두 국가지만,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협력과 우호의 순간들이 훨씬 많았다. 이 반전된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무엇이 이들을 적으로 만들었으며, 이 끝없는 적대의 고리를 누가 먼저 끊을 수 있을까.
◆ 고대 페르시아, 유대인을 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인연은 고대 중동의 패권을 쥐고 있던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 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6세기, 창시자 Cyrus the Great는 메디아, 리디아, 신바빌로니아를 차례로 정복하며 역사상 최초의 대제*을 건설했다.
키루스 대왕은 기존 정복자들과 달리 피정복민에게 관용 정책을 펼쳤다. 그는 바빌론에 입성해 포로 신세였던 유대인들을 해방시키고, 예루살렘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했다. 성전 재건을 위한 재정 지원까지 제공하며, 유대인 역사상 이방 통치자가 찬양의 대상이 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된다(구약성경 에즈라기 6장, 이사야서 45장).
후대 사산조 페르시아(224~651년) 역시 유대인들에게 문화적 자율성과 종교적 관용을 허락했다. 중세에도 유대인 공동체는 상업, 학문, 종교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사회와 공존했다. 오늘날 다수 유대 역사학자들은 페르시아를 디아스포라 초기의 ‘안식처’로 평가한다.
결국 고대부터 중세까지 이란은 유대인에게 망명의 땅이 아니라 우호의 땅이었다.
◆ 팔레비 왕조 시절엔 ‘형제’
20세기 초, 1951년 Mohammad Mossadegh 정부가 영국이 장악한 이란 석유 자원을 국유화하자, 미국과 영국은 군사 쿠데타를 지원해 친서방 팔레비 왕조를 복권시켰다. 이 과정에서 팔레비 왕조는 이스라엘,*터키와 비아랍권 3각 협력 체제를 형성했다.
팔레비 국왕은 아랍의 반이스라엘 정서와 거리를 두고, 이스라엘은 이란을 통해 안정적으로 석유를 수급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에는 이란산 석유를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하는 합작 회사가 운영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국방 산업은 이란 자금과 석유 지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Mossad와 이란 정보기관 SAVAK는 공산주의 세력 감시와 내부 반체제 인사 탄압에 협력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탄도미사일 공동 개발 프로젝트 ‘플라워(Flower)’도 진행됐다. 기술과 자금, 시험 장소를 공유하며 양국은 군사, 정보, 경제 분야에서 긴밀히 연대했다. 당시 양국 관계는 형제적 우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 이슬람 혁명, 모든 것을 뒤엎다
그러나 1979년 Ayatollah Khomeini의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팔레비 왕정이 무너지고 신정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란 외교 노선은 급격히 재편됐다.
호메이니 정권은 미국을 ‘대사탄(Great Satan)’, 이스라엘을 ‘소사탄(Little Satan)’으로 규정하며 외교와 경제 관계를 단절했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 헤즈볼라, 이슬람 지하드 등을 지원하며 반이스라엘 전선을 구축했다.
이란의 노선은 단순한 반유대주의가 아니었다. 시아파 이슬람 세계관, 반서구 민족주의, 혁명적 반제국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후 양국은 적대 관계로 돌변했으며, 팔레비 시대의 협력과 형제 관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화해의 걸음, 누가 먼저 내디딜 것인가
1990년대 이후, 탈냉전 시대 중동 질서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란은 핵 개발을 본격화했고, 이스라엘은 이를 생존 위협으로 간주했다. 특히 시리아 내전과 중동 정세 변화로 두 국가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졌다. 이란이 핵 능력을 갖게 될 경우, 중동 내 전략적 우위는 이스라엘에서 이란으로 이동할 수 있다.
2025년 6월, 양국은 직접적 군사 충돌에 이르며 과거 형제국이었던 두 나라가 불구대천의 원수로 자리 잡았음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 적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는 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오늘의 적대가 미래까지 계속될 필요는 없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힘이 아니라, 먼저 결단하는 용기다.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자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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