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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함께 하는 은퇴 후 나의 삶

바다 냄새가 먼저 하루를 깨운다.오리건 해안의 아침 공기는 동부에서 살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짠내가 섞인 바람, 낮게 깔린 구름,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나는 요즘 그 소리에 맞춰 눈을 뜬다. 은퇴를 결심한 건 1년 전이지만, 사실 마음의 준비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 은퇴 후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질문 하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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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함께 하는 은퇴 후 나의 삶

바다 냄새가 먼저 하루를 깨운다.
오리건 해안의 아침 공기는 동부에서 살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짠내가 섞인 바람, 낮게 깔린 구름,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나는 요즘 그 소리에 맞춰 눈을 뜬다.

은퇴를 결심한 건 1년 전이지만, 사실 마음의 준비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 은퇴 후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질문 하나를 붙들고 나는 3년 동안 길 위에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캠핑카를 몰고, 미국을 가로질렀다.
처음엔 작은 Class B로 시작했다. 몸을 겨우 누일 정도의 공간이었지만 자유는 충분했다. 이후 Class C로 옮겨 다니며 조금 더 편안함을 배웠고, 은퇴를 맞이한 작년에는 마침내 Class A, 버스로 개조된 캠핑카에 정착했다. 움직이는 집, 아니 어쩌면 내 삶의 마지막 주소였다.

그렇게 나는 알래스카를 포함해 50개 주 중 47개 주를 돌아다녔다. 광활한 사막도 있었고, 끝없이 펼쳐진 평원도 있었으며, 사람의 발길이 드문 숲도 지나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붙잡은 곳은 오리건이었다.

특히 Newport 라는 작은 항구 도시는 나를 붙들어 세웠다. 화려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다. 그저 바다와 바람, 그리고 소박한 사람들만이 있는 곳. 나는 결국 결심했다. 버지니아에서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곳에 남기로.

지금 내가 머무는 곳은 Pacific Shores Motorcoach Resort 이다. 이곳에 작은 Lot을 하나 마련하고, 나의 Class A 캠핑카를 세워두었다. 집이라 부르기에는 작고, 여행이라 부르기에는 길다. 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비로소 편안함을 찾았다.

오늘 아침, 나는 바다로 나갔다. 조개를 캐러. 모래를 파내다 보면 어느 순간 깊숙이 숨어 있는 생명이 손끝에 닿는다. 미루가이, 사람들은 코끼리조개라고 부른다. 몇 마리를 건져 올려 집으로 돌아와 회로 썰어 먹었다. 바다를 바로 입에 넣는 느낌. 이곳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은 나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이 넓은 리조트에 한국 사람은 우리 부부뿐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이 백인 노인들이지만, 그들의 따뜻함은 내가 알던 동부의 삶과는 또 다르다. 말 한마디, 인사 하나에도 여유가 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여기에 누군가 더 오면 어떨까.
같이 봄에는 고사리를 따고, 가을에는 버섯을 찾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고, 크랩을 잡으며 하루를 보내는 삶. 그렇게 말없이도 통하는 시간들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나는 지금, 은퇴 이후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건 끝이 아니라, 조금 늦게 시작된 새로운 여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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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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